시코쿠 순례길, 어떠한 이야기가 오고 가는걸까.
일본의 시코쿠 순례길(お遍路, 오헨로). 1,200km에 달하는 이 길을 걸으며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나누는 짧은 대화들은 순례길의 매력을 더해줍니다.
일본어를 잘 몰라도, 현지에서 쓰이는 몇 가지 표현을 알고 있으면 뜻밖의 따뜻한 순간들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혼자서 걷게 되는 길들이라도, 오랫동안 걷다보면 정말 수 많은 인연을 만나게 되기 때문에,
그들과 마음을 나누기 위해서는 간다한 용어정도 알아가면 훨씬 좋을거에요.
이번 글에서는 순례길에서 직접 경험한 일본인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자주 쓰이는 용어와 문화적 차이를 소개하려 합니다.
순례길에서 자주 쓰이는 일본어 & 필수 용어
시코쿠 순례길에서는 일반적인 일본어 표현과는 다른, 순례자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독특한 용어들이 있습니다.
순례길에서 자주 듣게 되는 기본적인 단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 お遍路 (오헨로) – 시코쿠 순례길을 걷는 순례자를 뜻하는 말.
일본어나, 한자를 몰라도 이것은 꼭 알아두셨으면 합니다. 지나가다가 '오헨로상~' 하고 부르기도 하고, 어디든 오헨로를 위한 쉼터, 오헨로 특별 00 , 등등 말을 정말 많이 쓰거든요.
어원: "오헨로"라는 말은 불교 용어인 "遍路" (へんろ, 헨로)에서 유래했어요.
"遍"은 "두루, 널리"를 의미하고, "路"는 "길"을 뜻하죠.
즉, "遍路"는 "널리 퍼진 길" 또는 "두루 돌아가는 길"이라는 뜻이에요.
이 순례길은 불교의 교리를 전파한 공경대사(弘法大師, 고보 다이시)와 연결되어 있으며,
그는 시코쿠의 88개 사찰을 순례하며 일본에 불교를 전파한 인물입니다.
"오헨로"는 원래 "순례길을 걷는 행위" 자체를 의미하지만,
오늘날에는 순례자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걷는길, 행위, 그리고 사람 모든걸 통틀어 불리곤 한답니다!
✔️ 巡礼 (쥰레이) – 불교적인 의미의 순례, 오헨로와 비슷한 개념. 이 용어는 순례가 단순히 여행이 아니라 영적인 수련의 일환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하는 여행임을 강조합니다.
위에서 お遍路 (오헨로) 라는 말을 알아놨는데, 쥰레이는 또 뭐냐..생각하시겠지만
순례의 일본발음입니다. 그래서 저 글자도 아주 많이 접하게 돼요.
✔️ 札所 (후다쇼) – 순례길에 위치한 88개의 사찰을 의미.
'오테라' 라고 일반적인 절을 뜻하는 일본어로도 의미는 통하지만, 시코쿠 순례길의 특별한 88개의 사찰을 지칭합니다.
✔️ 納経 (노쿄) – 사찰에서 방문 증명을 받는 의식.
아주 중요한 의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부분은 추후 더 구체적으로 다뤄 보겠지만, 모든 사찰마다 '납경소'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납경장'을 주고, 납경을 받을 수 있어요. 제가 이 사찰에 도착했다는 증거? 확인이 되는셈이죠.
✔️ お接待 (오셋타이) – 순례자에게 제공되는 무료 음식이나 숙박 지원. 일본 특유의 환대 문화가 담겨 있습니다.
정말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이 오헨로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동네 주민들의 환대와 걷다가 힘들어 죽겠다. 지루하다. 이러한 생각들이 들때 꼭 한 두분씩 나타나, 물, 과자, (저는 현금도 받았어요^^;;) 그리고 따스한 응원까지 건네주신답니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처음 만나는 타인에게 이렇게 친절해본적이 있었을까요? 그 점을 생각하면 혼자 걷는 길이지만 절대 혼자는 아니구나. 생각이 듭니다.
✔️ 白衣 (하쿠이) – 순례자들이 입는 하얀 옷.
여러가지 복장이 있는데, 비용적인 문제로 하나만 사야한다면?? 꼭 필수라고 생각해요.
하쿠이 하나만 구매하셔서 입고 다니시면 됩니다. 충분합니다. 돈을 팡팡쓰러 가는 여행이 아니기에
경건한 마음으로 오헨로라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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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金剛杖 (곤고즈에) – 순례자들이 짚는 나무 지팡이.
✔️ 同行二人 (도교니닌) – “둘이 함께 걷는다”는 의미로, 공경대사(弘法大師)와 함께한다는 뜻.
이 표현들만 알아도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기본적인 소통이 가능해집니다. 스게가사( 삿갓)에도 적혀있는 말이지요. 이 글자가 적힌 부분을 앞으로 하고 쓴다고 합니다.
혼자 걷지만 고보대사와 함께 걸어간다는 의미입니다. 동행이인. 참 좋지요.
일본 순례자들과의 소통 – 실제 대화 예시
🚶♂️ 순례길에서 마주친 일본인 할아버지와의 대화
"お遍路さんですか? (오헨로상데스까?)" – 순례자이신가요?
"はい!頑張ります!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하이! 감바리마스! 아리가토고자이마스)"
– 네! 열심히 걷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종종 길에서 쉬고 계신 일본인들이 말을 걸어옵니다. 그럴 때 간단한 일본어로 답하면 반가운 미소를 받을 수 있습니다.거짓말 처럼 눈만 마주치면 응원해주십니다. 그리고 저 또한 시골길을 걸을때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인사를 했습니다 ^^ 덩달아 친절해 지더군요. 환경이 사람을 만드나봐요.
📍 절에서의 기본 대화
"納経お願いします。(노쿄 오네가이시마스)" – 스탬프(순례 증명) 부탁드립니다.
"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아리가토고자이마스!)" – 감사합니다!
사찰에서 납경(순례 증명)을 받을 때 유용한 표현입니다. 간단한 인사만으로도 분위기가 훨씬 따뜻해집니다.
납경 받는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포스팅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시코쿠 순례길에서 경험한 문화 차이
순례길을 걸으며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를 자연스럽게 체감할 수 있습니다. 몇 가지 대표적인 차이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 1. 순례자에 대한 존중 문화
- 일본에서는 순례자를 공경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종종 동네 주민들이 순례자들에게 다가와 음료나 간식을 주는 ‘오셋타이(お接待)’ 문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따뜻한 환대는 일본의 전통적인 정서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 한국에서도 순례 문화가 있지만, 시코쿠에서는 이 특별한 환대가 더욱 인상적입니다.
>오셋타이와 오사메후다의 상호 관계
- 오셋타이는 순례자가 주민에게 받은 배려나 도움을 뜻합니다. 순례 길을 걷는 중에 마을 사람들은 음식이나 음료를 제공하는데, 이는 순례자들에게 피로를 덜어주고 여정의 힘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합니다.
- 오사메후다는 순례자가 자신의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로, 종종 오셋타이를 제공한 사람에게 작은 도장 또는 기념적인 스티커를 담은 순례 증명서를 건네면서 감사의 의미를 전달합니다. 이는 지역 주민들이 제공한 오셋타이에 대한 감사의 표시입니다.
오셋타이와 오사메후다의 교환은 상호 존중과 감사의 문화를 나타냅니다. 오셋타이를 제공하는 지역 주민은 순례자가 힘든 여정을 잘 마칠 수 있도록 돕고, 순례자는 그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오사메후다를 건네면서 그들의 배려를 존중합니다.
- 오셋타이 제공: 지역 주민들은 순례자가 지나가는 길목에서 자연스럽게 음료수나 간식, 때로는 잠자리까지 제공하며, 이 행위는 순례자의 여행을 돕는 사회적 의무로 여겨집니다.
- 오사메후다 건네기: 순례자는 이 배려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현하기 위해 오사메후다를 건네며, 이 행위 자체가 일본의 예의와 감사의 표현을 상징합니다.
- 거절하는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그 마음 알아요. '그렇게까지는 안하셔도 되는데..' 라는 마음으로 거절하고 싶을때가 많지만, 그들의 사회적 의무심과 마음을 헤아리면 받아주시는게 좋습니다. 가끔 차를 태워주신다라고도 하는데 ( 위험여부에 대해서는 스스로 판단함이 좋습니다. 저는 여성이여서 많은 분들이 가까운거리를 태워주신다고 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아줌마, 아저씨 성별은 다양했어요. 힘들땐 거절 않고 감사히 받았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거절해도 괜찮다고 합니다. 우리는 걷기 위한 오헨로를 택했으니까요.
📌 2. 조용한 걷기 문화
- 일본인 순례자들은 대체로 말없이 묵묵히 걷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문화는 내면의 평화를 찾기 위한 의도와 연결되며, 사찰에서도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이 일반적입니다.
- 한국의 등산 문화처럼 시끌벅적한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 3. 예의 바른 인사 습관
- 순례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벼운 목례와 함께 "こんにちは (곤니치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넵니다.
-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길 위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의 짧은 인사는 어느새 하루의 작은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5️⃣ 마무리: 일본 순례길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대화
시코쿠 순례길은 단순히 88개의 사찰을 도는 여행이 아닙니다.
그 길을 함께 걷는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해도, 간단한 인사와 용어 몇 가지를 알고 있다면 현지인과의 따뜻한 교류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오셋타이 와 오사메후다. 이렇게 두가지만 익혀두시고 가도, 당황하지 않고 따스한 순간들을 놓치지 않을거에요.
순례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일본어가 조금씩 익숙해지고, 예상치 못한 따뜻한 순간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작은 대화들이 시코쿠 순례길의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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